다시는 야구 같은 건 보지 말아야지.
2025년 6월 28일의 일이었다.
아침부터 너무 많이 울어서 머리가 아팠다. 하루종일 먹은 진통제와 근이완제만 해도 족히 10알이 넘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탓에 속이 뒤집어졌다. 너 미쳤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머리고 속이고 어느 것도 정상이 아니었다. 맞다, 미쳤었다. 2025년 6월 28일의 나는 미친놈이었다.
속에서 씨발이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한지 모른다. 씨발을 빼곤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씻고, 로션을 바르고, 옷을 입고, 카메라를 챙기는 과정 속에서 얼마나 많은 씨발을 중얼거렸는지 모른다. 아… 나가기 싫어.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몸이 굳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나와 김강민의 은퇴식이 시작되는 거다. 대충 구겨신은 운동화를 고쳐 신으며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아~!! 진짜 존나 가기 싫다.
택시를 불렀다. 우리 집에서 문학경기장까지는 거진 2만원이 넘는 돈이 나온다. 하지만 타야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환승해가며 문학경기장에 갈 정신도 기운도 없었다. 거금을 내고 문학경기장으로 끌려갔다. 기사 아저씨는 나를 버스정류장 근처 어딘가에 세워주고 떠났다. 짐이 많아서 그런가 몸이 무거웠다. 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가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카메라가 들어있는 가방은 당장이라도 땅에 던지고 싶을 정도로 무거웠다. 손에는 부채 100여장이 담긴 종이가방이 들려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분하고, 억울했다. 뭐가 그리 억울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알로하에서 지인들을 만나자마자 눈물이 터져나왔다. 이 여자 어떡하면 좋냐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어떡하면 좋죠. 대답은 안나오고 눈물만 나왔다.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해서 잠시 나갔다 오겠다 말하고 지하카페를 나가니 김강민의 보이는 라디오가 빅보드에 펼쳐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울면서 하, 씨발… 하고 중얼거렸다. 대단한 타이밍이다.
라디오 내용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눈물만 죽죽 흘리며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싫다. 싫다는 말 외엔 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지금이야 이때를 떠올리면서 강민이 죽으러 가니? 하는 농담을 할 수 있지만, 그때는 달랐다. 강민이가 죽으러 가는게 아니라 내가 죽음으로 가는 상태였다. 아… 정말이지 1분 1초 쉴 새 없이 괴로웠다.
경기 시작 직전까지 어떤 상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지인들이 없었다면 아마 큰 사고를 하나 쳤을 것이 분명하다. 뭐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경기 시작 직전. 어느새 내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지인들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캠 찍지 마, 어차피 못 찍어, 내가 찍어줄게, 사진 많이 찍어, 일단 찍고 울어. 알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0번 유니폼을 입은 김강민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눈물이 나왔다는게 아니라 정말 소리내어 흐느껴 울었다. 어흐흑. 하는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왔다. 내가 저 등번호를 보려고 얼마나, 어떻게, 어떤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분노와 슬픔이 뒤엉켜 꺽꺽 우는 소리와 함께 쏟아졌다. 지인이 나를 다그쳤다. 얼른, 찍고 울어! 나도 그러고 싶었다. 근데 그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나는 거의 토하듯이 울었다. 객석을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김강민을 앞에 두고 서럽게 울었다. 문학경기장 외야, 홈에서 가장 먼 곳. 그곳을 향해 달려가는 0번 김강민을 보며 죽을만큼 울었다.
경기 내용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왜냐? 못봤으니까. 나는 지하카페에 앉아 여러 지인들의 다독임을 받으며 정신나간 사람처럼 앉아있었다. 나한테 중요한 건 경기의 승패도 뭣도 아니었다. 그냥 이 지옥같은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머리를 부수고 싶을 정도로 세게 울리는 이 두통이 사라졌으면. 눈 감았다 뜨면 이 모든 것이 끝나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은퇴를 내가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감정이입을 한걸까? 사실 이건 내 은퇴식이나 다름 없었다. 그 날은 정말로, 나와 인천야구의 이별이었다.
9회 말이 되어서야 자리로 돌아온 나는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보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경기의 내용은 중요한게 아니었다. 나는 그저 빨리 이 모든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은퇴식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나는 또 눈물을 흘렸다. 젠장~ 도대체 언제까지 눈물이 나올 거냐고…. 정말이지 나도 그만 좀 울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내 눈물과는 관계없이, 강민의 은퇴식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은퇴식이었다.
반짝거리는 강민의 눈, 내가 좋아하는 강민의 목소리. 은퇴식을 위해 준비한 자신의 마음을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김강민은 내가 직접 본 김강민 중 가장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강민의 은퇴를 축하하며, 그리고 팬들 스스로의 마음을 위로하며 흔드는 빨간 불빛이 문학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꽃다발을 품에 안고 그 물결을 바라보던 강민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 순간을 눈으로 꾹꾹 눌러 담던 강민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선수로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되새기고 축복하듯이, 담담하지만 벅찬 얼굴로 자신의 자리를 바라보던 강민의 반짝이는 눈이 아직도 기억난다.

아마 그 눈빛을 보지 못했다면, 나는 정말 끝까지 울었을 거다. 강민의 은퇴를 축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고마웠다. 결국 김강민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예쁜 은퇴식을 눈에 담지도 못했을 거니까. 나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강민에게 고마운 마음을 안고 살아가게 됐다. 말로는 김강민이 정말 밉다고 말했지만, 고마웠다. 인천에서 마지막을 함께 해줘서. 나같은 소인배는 상상도 하지 못할 대인배적 행동이니까.
은퇴식이 끝나고, 퉁퉁 부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외야 쪽으로 빙 둘러나가자는 내 제안에 지인들도 함께 외야를 향해 걸어갔다. 강민이가 늘 서 있던 자리. 그 자리를 잠시동안 바라보다가 등을 돌렸다. 안녕. 사랑해. 안녕. 안녕. 이젠 정말 모든 것이 끝났다. 내 생에 첫번째 중견수, 내가 가장 사랑한 스포츠 선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자리를 남겨두고 집으로 향했다. 안녕. 안녕….


집으로 돌아와 쓰러지듯 자리에 누운 나는 다시 한 번 눈물을 쏟아내며 잠들었다.
다시는 야구 같은 건 보지 말아야지.
다시는, 정말 다시는 야구 같은 건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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